태백시는 함백산과 태백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원도시이자 석탄도시입니다. 유난히 산과 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태백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큰 산줄기가 갈라져 나가고, 강이 시작됩니다. 동해를 따라 일직선에 가깝게 뻗어내린 백두대간 줄기는 태백시 매봉산에서 서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함백.태백.소백산으로 달려 나갑니다. 산맥개념에서 보자면 태백산맥에서 매봉산을 기점으로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오는 셈입니다. 태백은 한강,낙동강,오십천 등 우리나라의 중요한 세 강줄기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한강 1천2백50여리는 태백산 검룡소(儉龍沼)에서, 낙동강은 태백시내 황지(黃池)에서 시작됩니다. 역시 그 정점엔 매봉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중요한 매봉산은 화전동(禾田洞)사람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고랭지 채소단지 화전동은 매봉산에 있습니다. 낙동강 1천3백리의 맨끄트머리 산마을이기도 합니다.
화전동은「삼수령(三水嶺)」이라 불리는 피재에서 매봉산 쪽으로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산비탈을 계속 오르다보면 닿습니다. 매봉산 정상을 빙 둘러싸며, 줄줄이 서있는 30여채의 집들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화전동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독특하기로 유명합니다. 1년 중 5개월만 이 곳에서 지내는데, 이 기간은 고랭지 배추재배 기간입니다. 배추를 재배하는 5월 초순에 올라가서 배추가 모두 출하되는 9월말까지 이곳에서 생활합니다. 배추재배가 끝나면 썰물처럼 산아래로 빠져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화전동은 사람하나 없는「버려진 마을」이 됩니다.
화전동에서는 배추만 전문적으로 재배합니다. 개간 초기인 60년대엔 옥수수, 콩 등도 재배했지만 70년부터는 배추만을 재배했습니다. 배추가 이문이 크기 때문이다. 매봉산 일대 고랭지 배추밭은 약 33만평에 달합니다. 매봉산 배추는 그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하루 일교차가 평균 10도를 넘어서는 이곳, 매봉산에서 자란 배추는 당도(糖度)가 뛰어나고 고소합니다. 무엇보다 알맞은 환경을 갖춘 고랭지에서 자랐기 때문에 언제나 신선하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당연히 배추시장에서 매봉산 배추는 최고급품으로 취급되며, 가격면에서도 전국 최고를 기록합니다. 배추농사는 대부분 화전동 주부들이 도맡아 하는데, 밭이 있는 주부는 직접 나서고 그렇지 않은 주부는 품삯을 받고 농사를 짓습니다. 이들은 결코 방안에만 있지 않겠다는 태백 산녀(山女)의 전통을 이어받은 듯, 억척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화전동 사람들은 배추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매봉산에 있는 서낭당에서 제를 지냅니다. 매봉산 배추는 화전동 사람들의 정성에 매봉산 「산신령」의 뜻까지 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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