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불재의 고산초원을 해치고 동북쪽으로 약 900m쯤 올라가면 마치 거대한 병풍을 둘러 쳐놓은 것 같은 장엄한 돌무더기가 펼쳐져 있다. 이것이 유명한 서석의 수정병풍(水晶屛風)이다. 서석대(1,100m)는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줄지어 서 있어서 저녁노을이 물들 때 햇빛이 반사되면 수정처럼 강한 빛을 발하면서 반짝거리기 때문에 ‘서석의 수정병풍’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무등산을 서석산이라 부른 것도 실은 이 서석대의 돌 경치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서석대의 병풍바위는 청명한 날이면 광주시가지에서도 그 수려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5월 하순쯤 이곳에 만개한 연분홍 철쭉꽃은 기암절벽과 어울려서 초여름 무등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장불재에서 동쪽으로 약 400m쯤 오르면 정상의 서쪽 해발 1,017m지점에 입석대(立石臺)가 있다. 석축으로 된 단에 올라서면 5~6모 또는 7~8모로 된 돌기둥이 반달같은 모양 으로 둘러서 있는데, 이렇게 기이하게 생긴 돌모양은 다른 산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무등산만의 절경이다. 입석대의 이 바위기둥들은 대체로 화산폭발의 산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무등산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난 시기는 정확히 측정된 바 없지만 중생대 백악기 후기(대략 9천만년 전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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